About. 서서히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예술경영을 공부하며 다양한 공연예술 현장에서 창작과 기획을 경험해왔다. 아이를 낳은 후 우연히 마주한 ‘그림’이라는 매체는 저를 회화라는 또 하나의 무대로 이끌었다.
음악이 그러하듯, 저의 회화는 보이지 않는 감각과 내면의 울림을 시각적으로 조율해 가는 하나의 미적 작곡이다. 나와 세계가 마주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역동의 감각을 존재론적 층위로 확장시켜 점·선·면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나의 감각은 혼자 있음의 감각이 아니다.
고립된 감각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끝없는 반응 속에서만 존재하는 감각이다.
사물일 수도, 타자일 수도, 자연일 수도 있는 세계가 있기에
나는 감각하고, 그 반응 속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이해할 수 없는 선과 면, 색들이 서로 부딪히고 겹치며
예측할 수 없는 감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
그것이 곧 사는 모습, 삶 그 자체다.
나와 타자, 사물과 자연이 빚어내는 긴장은
캔버스 위에 흔적으로 남아 새로운 관계와 공명의 장을 생성한다.
선과 면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만나 예측 불가능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삶이 품고 있는 예측 불가능성과 겹쳐진다.
외부가 없으면 감각도 없다는 통찰은
작품 속 겹겹의 레이어와 충돌하는 색채를
단순한 조형이 아닌 살아 있는 관계로 읽게 한다.
내가 주목하는 타자, 사물, 자연―
즉 모든 외부 세계는 끊임없는 소음을 만들어 내는 존재들이다.